인생 첫 해커톤. 시각 장애인용 게임 개발, 그리고 실패

단국대 집현전 해커톤에서

2014년 10월,
인생 첫 해커톤 경험을 했다. 인생 첫 창업을 선언한지 얼마 안된 시점에 또 다른 경험을 했다.

같이 창업에 동참한 unbox 팀원들과 함께 참여했다. 우리 팀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준비한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을 시험해보려 참가했고, 개인적으로는 그저 경험을 통한 배움을 위해서였다. 앱 서비스로 창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관련 경험이 아예 없다보니 해커톤이라도 나가서 몸으로 부딪혀보기로 했다. 단국대에서 개최한 집현전 해커톤. 이름처럼 옛스러운 컨셉의 배너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핫식스와 샌드위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예기치 못하게, 디자이너 수의 부족으로 나 혼자 다른 팀으로 쪼개졌다. 그 팀은 전부 개발자들로 이루어져있었고, 아이디어는 터치 센서를 이용한 시각장애인용 게임이었다. 디바이스 내에 장착되어 있는 센서를 통해 글자 위에 손을 올리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UI 디자인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 GUI를 한다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웠다. 그 당시 안드로이드로 개발을 했는데, DPI에 대한 개념을 알지도 못한체 일러스트레이터 툴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맡은 내가 디자인을 리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발자분들이 이 아이콘 필요하니까 만들어 달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무박 삼일, 해커톤 내내 이틀 밤새고 만들어낸 결과를 가지고 발표를 진행했고 수료증 한 장을 받았다. 이 경험으로 내 수준을 현실적으로 깨우쳤다. 이후 더 열심히 공부했다.

두번째 해커톤, 최우수상 수상

평창 예술 해커톤에서

단국대 해커톤을 경험하고 2년이 지난 후 다시 해커톤에 도전했다. 그간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도전이었다. 디캠프에서 주최한 ‘평창 예술 해커톤’은 평창문화올림픽을 주제로 예술 및 콘텐츠 창작·제작을 하는 대회로, 참가자들은 아이디어 회의부터 기획, 디자인, 프로토타입 개발까지 무박 2일로 진행됐다.

이번엔 3명, 많은 어려움에도 떠나지 않고 함께한 팀원 셋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했다. 팀 이름은 그대로 ‘unbox’로 지었다.

만족할 만한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회의만 진행했고, 저녁이 되어서야 두 가지로 추려졌다.

아이디어

  1. 키네틱 센서를 활용해 모션 인터렉션 경험을 통해 평창에서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2. 타임캡슐에서 차용한 평창에 콘텐츠를 심고 그 자리에 다시 와야만 볼 수 있는  앱

다른 팀들은 아이데이션이 끝나고 디자인 및 프로토 타이핑이 한창인 순간에도 우리는 아이디어를 매듭짓지 못한 체 멘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멘토링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멘토 분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 곰플레이어를 만드신 배인식 대표님. 바로 두 번째 아이디어를 추천해주셨다. 다른 분들은 이 아이템의 한계점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주로 말해주었는데, 배인식 대표님은 뜻밖의 의견을 말씀해 주셨다.

재밌을 것 같은데?

지도 상에 개개인의 라이프로그가 심어지고 본인과 남의 추억을 보러 다닐 정도로 데이터가 많이 쌓인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SNS가 나올 수 있겠다.

이 대답을 들었을 때 우리는 동시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미래를 상상했다. 이 서비스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에 대해 듣게 되는 순간 더욱 흥분됐다.

당시 PPT 디자인 일부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발판 삼아 각자 준비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최대한 빠르게 앱 GUI를 만들고 피칭을 위한 PPT를 만들어 기획자한테 넘겼다. 각 팀들 발표자가 나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무박 2일 동안 진행한 예술 해커톤… 결론은 1등. 최우수상(평창올림픽 조직 위원장상)을 수상하게 됐다. 우리 팀 이름이 나왔을 때 그 전율은 잊지 못한다.

두 차례의 해커톤을 경험하며

이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느낀 점 두 가지가 있다.

첫째, ‘Crazy Thing’ 한 것이 아니라면 디자인으로 포장 하나마나이다.

누구나 생각할만한 흔한 것은 혹은 그럴싸한 것은 너무나도 많다. 정말 대박이라 생각한 것이라도 찾아보면 이미 3년 전에 누군가 시작해서 운영 중인 서비스인 경우가 허다하다. 너무나 가벼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끔 디자인으로 포장하려는 경우가 많다. 웹, 앱 서비스로 사업한다고 하면서 상세한 기획도, 비즈니스 모델도 갖춰지지 않은 아이디어 가지고 급하게 디자인으로 포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평가자의 입장은 달랐다. 사업을 경험한 심사위원들의 입장에서는 디자인은 부수적인 것일 뿐

둘째, 가치 중심으로 생각해라.

기술은 그저 기술일 뿐 사람 중심의 아이디어와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가끔 장비나 기술을 가지고 승부를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VR, AR, 360도 카메라… 이런 기술을 활용한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아무리 트렌드하고 좋은 기술이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한다면 없는 것만 못하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사용하고 지갑을 여는 객체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해커톤 관련 링크

http://enews24.tving.com/news/article.asp?nsID=1075391

http://news.donga.com/3/all/20160718/79252171/1

#App#Design#Ideation#Plan#Startup
신연석

디자인, 개발, 기획,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입니다.
값진 경험과 그 경험에서 깨달은 것을 기록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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