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새로움’은 애증이다.

새로움에 익숙한 사람은 정말 노력형이거나 정말 변태라고 확신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본인의 기존 습관을 바꿔야 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안정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바뀌는 것이기에 자연스레 변화를 회피하게 된다.

무거운 이야기를 하자면,

자아가 성장할 시기인 어린 시절에 이사를 자주 다니게 되면 정서에 안 좋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정신 건강 센터 연구팀의 연구결과로는 우울증 뿐만 아니라 마약 중독, 각종 범죄 심지어 자살률까지 높다고 한다. 환경이 갑자기 바뀌게 되면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건 과학적으로도 이미 검증됐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들이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과도한 변화를 주는 것이 소비자나 주요 고객들에게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로고가 됐든, 웹이나 앱의 사용자 경험이 됐든 말이다. 물론, 디자인을 꼭 새롭게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에 어느 정도 쌓아온 브랜드를 바꾸는 경우의 수는 인수 합병 등의 상황도 있지만, 사실 해당 회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다.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겼거나, 새롭게 출발하고자 할 때 리뉴얼을 한다. 근데 보통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이 없다.

실제 특정 서비스 앱이 평점 테러 당하면서 욕을 먹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너무 새롭게 바꿨기 때문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름 주제에 부합한 서비스들을 나열해본다. 궁금하면 구글이나 브런치에서 검색해보면 그 당시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구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 뮤직, L.Point, 신한 쏠 등등

사례 01 – 인스타그램 로고

개인적으로 아날로그와 미니멀함을 같이 좋아하는 이상한 취향인 내 눈엔 저 둘 중에 뭐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 지금 기준으로는 다른 카메라 앱들과는 다르게 차별성을 갖춘 소셜 서비스이고 런처 아이콘에 컬러 덕분에 눈에 잘 뛰기 때문에 더 나아졌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새로운 로고를 처음 접했을 때 어딘가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절대부정할 수 없다. 내 주위 사람들의 10중에 9는 “뭐야 왜 이렇게 바뀌었어?” 이 반응이었다.

지금도 인스타그램이 잘 되고 있는 걸 보면 저 디자인이 주는 거부감보다 서비스에서 얻는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겠지…라고 생각은 든다. 반대로 거부감이 크게 들지 않고 정말 타당한 이유가 있어 오히려 좋게 봤던 사례가 있다.

사례 02 – 구글 로고

구글이 로고를 변경한 이유는 구글 제품의 사용이 PC만이 아닌 모바일, TV, 시계, 자동차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모든 구글 제품에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며 구글 아이콘이나 UI에서 접할 수 있다. 작은 모바일 스크린에 적합하도록 세리프에서 산세리프체로 바꾼 것과 용량의 차이도 있다. 옛 로고는 14,000바이트이고 새 로고는 305바이트 크기다. 사실 저렇게만 보면 큰 차이가 안 느껴지겠지만 10억 개의 계정이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로딩되는 로고의 횟수로 따지자면 수십 배의 차이가 있다.

리뉴얼은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UI를 개선한다는 것은 불편한 것을 차차 개선해 나가야 되는 것인데, 마치 마술처럼 뿅 하고 새로워 지길 원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리뉴얼이라 부른다.

물론, 무조건 새롭게 바꾼다고 문제는 아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도 2016년에 로고부터 UI를 바꿨을 때 평을 보면 인스타그램 망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사용한다. 반면 페이스북의 사례를 보면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자주 바뀐다.

사례 03 – 페이스북

페이스북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탭이 추가됐다 삭제됐다를 반복하고, 아이콘의 형태가 점점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 체감할 정도로 확 바뀌진 않는다.

서서히 바뀌는 것과 달리 예상치 못할 정도로 확 바뀌는 것은 공포영화의 깜놀 장면과 흡사하다.

‘디자이너’들의 함정

  1. 과거와 비슷한 느낌이면 일 안한 듯해서 욕먹을 것 같은 기분
  2. 시안 자체를 아예 새롭게 해야 그래도 일했다 소리 듣는 분위기

물론 일로써, 클라이언트의 요구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건 나도 안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본인 생각대로 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렇다고 생각까지 안 한 체로 일한다면 프린터와 뭐가 다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짠!’이 아니라 피드백을 관찰하며 개선되는 ‘슬며시’가 더 좋지 않을까?

그리고 항상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 지금의 디자인이 안 좋다고 느끼는 것도 자칫 디자이너의 눈에만 그럴지도 모른다. 일반인의 눈에는 별문제 없어 보이는 데 디자이너들이 비핸스, 드리블을 보고 ‘트렌드’라는 단어를 무기 삼아 무작정 새롭게만 한다면… 결과가 어떨지 예측이 된다.

디자이너라고 항상 새롭고 창의적인가?

가만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도 디자인을 작업할 때 습관처럼 모듈화된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본다. 디자인을 단순히 그래픽으로 좁히고 보면 더더욱 창의적이지 않다. 특히 UXUI 분야에서는… 그러니 창의적이라는 것을, 디자인적 사고라는 것을 핀터레스트에서 찾으려 하지 말자. 그저 그래픽일 뿐인 것을.

ps. 리뉴얼이 안 좋다는 말이 아니다. 성공한 사례들도 많으나 모든 디자인을 리뉴얼 하다시피 할 필요 없다. 웹, 앱 UI도 컴플렉션 리덕션에 관한 글처럼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애플 뮤직 등 유명한 앱들의 UI가 트렌드에 맞춰가고 있기에 디자이너로서 그 트렌드를 알긴 해야 한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그 선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

로고와 이름만 바꾼다고 되는 줄 아는 정당도 있으니… 디자인을 그런 용도로 이용하진 말았으면…

#Design#기획#디자인#리뉴얼#심리
신연석

디자인, 개발, 기획,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입니다.
값진 경험과 그 경험에서 깨달은 것을 기록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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