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에이전시의 가장 큰 차이점

브런치에서 비슷한 경험한 사람이 남긴 글을 차용하자면,

“에이전시가 군단 사령부 같은 느낌이라면, 스타트업은 최전방 독립 소대 같은 느낌이다.”

그가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장감’이다. 그는 에이전시에서 스타트업으로 간 경우고, 나는 스타트업을 먼저 경험하고 에이전시로 와서 일하는 것이라 약간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지난 짧은 세월을 돌아보면.. 스타트업 3년, 에이전시 1년 2개월 정도 경험한 지금, 스타트업과 에이전시의 가장 큰 차이점을 발견했다. 업무 환경, 회사 인원, 프로젝트 규모, 본인 업무의 범위, 시스템, 의사소통 방식 등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는 ‘하나의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는가‘이다. (연간 계약된 운영 프로젝트 제외)

하나의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획, 개발에 드는 시간은 제외하고, 디자이너로서 시각화하는 시간만을 가지고 생각해봐도 큰 차이가 있다. 업무하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가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본인의 것을 하느냐, 남의 것을 하느냐의 차이다. (여기서 남의 것이란 무엇을 왜해야 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본인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에서 요구한 것, 그에 따라 본인은 비주얼 디자인만 진행하는 경우를 말함)

내 일과 남의 일의 차이

에이전시에서는 남(클라이언트)의 일을 받아와서 진행을 하기에 프로젝트 기간을 무시할 수 없다. 더 퀄리티를 높이고 싶어도 산정된 인원과 완료 기간의 제약이 있어 그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반면 스타트업(*예비 창업자,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 기준)은 데드라인이 없다. 있어도 지키지 않는다. 아니, 지키지 못한다. 애초에 스타트업은 변수가 너무 많다.
에이전시는 기획이 어느 정도 확정돼서 넘어오면 스토리보드에 맞게 디자이너는 비주얼디자인만 진행하는데, 스타트업은 예상대로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기획이 확정될 수 없다. 멘토링을 받고, 설문조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수정해야 될 것만 같다. 스타트업에서 정확한 STP가 이뤄져 해당 타깃에 맞는 디자인 컨셉이 도출되기란 에이전시에서 시안 A가 클라이언트 마음에 꼭들어서 수정없이 한번에 통과되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내가 디자인하는 서비스의 주 타깃이 2-30대 여성으로 잡고 디자인을 진행해서 출시했는데 유저 분석을 해보니 10대 남성들이 사용률이 높다면 애초에 잡은 디자인 컨셉을 뒤엎어야 된다. 또한, 장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UI를 그에 맞춰 작업했는데 제품이 어느 정도 개발에 착수할 즈음 영업을 뛰어보니 중요한 부분이 장소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면? 기획, 디자인, 마케팅 모두가 정말 난감해진다.

실시간 변하는 클라이언트의 마음 VS 실시간 변하는 시장 상황과 우리들의 마음

스타트업 장단점

앞서 말했듯이 여기서 말하는 스타트업의 기준은 예비 창업자,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이며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

장점

  1. 디자이너가 디자인 외에 기획, 홍보에 참여하며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2. 개발자와 바로 옆에서 일하며 개발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다.
  3. 프로젝트에 기여도가 높다. 정말 본인의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다. (단점 같은 장점)
  4.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성공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단점

  1. 환경이 열악하다. 본인 자리와 자신만의 아이맥과 캡슐로 된 커피는 투자 받은 이후에나 가능한 얘기다.
  2. 생각하는 서비스가 실물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3. 본인과 팀원들의 생각이 맞지 않으면 그만둬야 한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위해
  4. 미래가 불투명하다.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면 직장이 더 낫다.

에이전시 장단점

아직 만 1년 밖에 안된 상태에서 에이전시의 장단점을 말할 수 없지만 그간 느낀 주관적인 의견

장점

  1. 디자인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케바케)
  2. 디렉팅을 해줄 사수, 같이 일할 디자이너들이 옆에 있어 비주얼적인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다.
  3. 그냥 디자인만 하면 된다. 기승전 ‘디자인’

단점

  1. 이등병은 이등병의 맞는 일이 주어짐. 실력이 좋아도 인정받기 전까지는 가장 하기 싫은 일부터 해야된다. (경력차이가 많이 나고 디자인 팀원 수가 많을 경우에 더 더욱 그러하다.)
  2. 디자인이라는 프레임을 화면 속 그래픽으로 한정 지어 정의하게 된다. 점점 시야가 좁아진다.
  3. 각 맡은 부서의 역할이 분명해서 다른 부서가 옆에 앉아도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서로 알기 어렵다.
  4. 클라이언트, 담당자가 어떤 성향인가에 따라 몇 주 동안의 내 운명이 결정된다.

워라벨

지금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 따라 환경은 달라진다.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는 워라벨이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했다. 애초에 본인이 원하는 걸 하는데, 워킹과 라이프를 어떻게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는 건지 이해를 못했다. 밥 먹다가도 떠오르고, 잠들기 전에도 불현듯 이렇게 저렇게 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러나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지금은 워라벨이 왜 중요한지 알 것 같다. 에이전시에서 디자인한다는 것은 정말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기에 빠른 시간 내에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끝내야 하는 ‘업무’로 느껴진다. 스타트업할 때 받는 스트레스와는 또 다른 고통을 받는다. 그렇기에 일과 삶이 분리된 것으로 느끼고 개인의 생활을 찾게 된다.

회사라는 곳에서 반복 업무를 하다 보면 회의감이 올 때도 있고 점점 뒤처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디자인의 최종 목표가 클라이언트의 통과라서 더 그렇다. 아무리 디자이너 입장에서 잘 만들었다고 해도 클라이언트가 “No”라고 하면 세상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렇기에 회사 다니면서 업무 시간 외에 본인 시간이 확보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역량을 더 키울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게 영화를 보든, 지인들과 술을 마시든, 전시를 보든, 공부를 하든, 여행을 가든 그 과정에서 영감을 얻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량이 비협조적으로 쏟아져오면 어쩔 수 없이 야근해야 되겠지만 본인의 시간을 갖고 본인을 되돌아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던, 본인이 하기에 달렸다.

현실에 불평불만 많았던 순간들도 되돌아보면 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발판이 됐다. 스타트업에서는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법과 도전 정신을 배웠고, 에이전시에서는 효율적인 시스템과 관계의 중요성을 배웠다.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지 본인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오늘도 디자이너로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레이더를 켜본다.

 

ps. 이 글도 그저 짧은 한 디자이너의 경험일 뿐, 스타트업도 에이전시도 너무 많고 분위기도 다양하다. 그저 하나의 에이전시에 머물러봤을 뿐… 스타트업도 수만가지의 사업 아이디어와 그에 맞는 팀빌딩에 따라 분위기는 천지차이다. 주변 얘기만 들어봐도 아주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자본금이 2억으로 시작해서 회사로써 그럴싸하지만 대표가 스티브잡스 병에 걸려 어떠한 방향도 없이 시간만 보내다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고, 가난하게 사무실 임대도 어렵지만 기술력이 좋아 후속 투자를 잘받아 고공행진 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어차피 좋은 회사인지 나쁜 회사인지는 직접 겪어보기 전엔 모른다. 적어도 자신의 편이 되어줄 한 명이라도 회사에 있다면 다니면서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퇴사의 가장 큰 이유도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니까…

 

*참고

https://brunch.co.kr/@realho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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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석

디자인, 개발, 기획,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입니다.
값진 경험과 그 경험에서 깨달은 것을 기록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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