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을 잘하면,

스케치를 잘하면,

에프터이펙트를 잘하면

디자인을 잘한다?!

최근 있었던 프로젝트 회식에서 부사장님과의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머리가 맑아졌을 때 다시 기억하며 적어본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디자인 학부 교육이나 아카데미에서는 비주얼, 스킬에 관한 수업을 주로 한다.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툴은 일종에 그림 그리는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디자이너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포토샵을 쓸 줄 안다는 것은 본인의 생각(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그려내는 방법을 아는 것이니까.

디자인을 익히는 과정은 마치 말을 익히기와 같다.

유치원 생이 ㄱ, ㄴ, ㄷ을 배워 가, 나, 다를 넘어 문장을 만들고 하나의 글을 다루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  ‘가나다’를 배우는 것의 투자한 비중과 글을 쓸 만큼의 지식과 다양한 경험의 비중을 비율로 비교해보면 1 : 99 정도가 않을까.
어휘를 배워 아는 것과 본인의 생각을 어휘로 표현하는 것, 후자가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

왜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할까? 아직도 우리는 스킬, 툴, 그래픽적인 요소로만 대화를 한다.
디자이너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어떻게 해야 매력적일까? 어떻게 해야 멋있을까?”를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이걸 왜 개선해야 될까? 어떻게 개선해야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까?”에 대한 고민은 점점 희미해진다.

위 그림은 서비스 디자인의 프로세스다. 문제를 정하고 니즈를 파악하고 스케치하며 디자인, 그리고 개발까지 너무나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의 초점을 5번에 치중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기획자과 디자이너로 직군이 나뉜 경우에 디자이너는 비주얼 디자인만 잘하면 되자나욧!?

응. 아니

에이전시 성향을 띤 경우 촉박한 일정으로 정확한 카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병렬로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렬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건 운 좋게 딱딱 맞아떨어진 경우다. 만약 Step 1, Step 2가 명확히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Step 5를 80% 진행했다고 가정해보자. 자연스레 디자이너의 상상으로 Step 5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그게 아니라고 하면 멘탈이 바사삭 되는 경우가 많다. 야근과 주말 출근의 반복…

밑바닥이 탄탄해야 탑을 높이 쌓을 수 있는데 매번 줄타기 하듯이 디자인적 아름다움?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디자이너의 잘못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 문제 생기면 책임을 디자이너 탓으로 돌리는 답답한 현실…)

어떻게 그릴 것인지 보다 무엇을, 왜 그릴지가 더 중요

사실 좋은 디자인은 포토샵부터 켜고 레이아웃 잡고 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며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뭘 그릴지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디비전장님의 말씀

내가 무언가를 팔기 위해 열심히 만들었는데 왜 만들었는지에 본인도 답을 못하면 얼마나 허무할까…? ‘Why’다음에 ‘What’과 ‘How’가 나와야 맞다. ‘왜’를 잘하려면 나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스킬로 접근했다. 디자인 스킬을 위해 스케치, 에프터 이펙트부터 커피 스크립트 기반의 프로토타입툴인 프레이머(Framer), 그리고 웹 개발도 공부했다. 그 당시 트렌디한 기술들은 다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툴은 툴일뿐, 3년 전 2015년부터 스케치를 쓰는 건 나름 빠른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스케치를 사용한다. 결국 툴에 대한 스킬은 차별성이 약해졌다.

아마추어 사이에서는 스킬적인 측면으로 실력을 가를 수 있다고 하지만 프로 사이에서는 다르다. 나보다 합성 잘하는 사람, 나보다 그래픽이 화려한 사람, 디자인 잘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핵심은 이렇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주체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디자인 외 다른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다.

디자이너의 포지션

디자이너는 사실상 복잡한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 경영팀, 전략팀, 기획팀, 마케터, 카피라이터, 영상-촬영팀, 웹·앱 개발팀, 그 외 각 사업 군에서 일하는 사업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들의 고민과 니즈를 분석하고 어떻게 시각적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직업이다. 흔히 말하는 이과생과 문과생, 그리고 예체능을 다 상대해야하는 직종이다.

다양한 생각과 안목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최소한 얕게라도 알아야 ‘소통’이란 걸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개인 업무든, 사업이든, 결국 사람과 하는 것이고 그들과의 소통의 핵심은 ‘공감’이다.

스타트업이나 인하우스에서 디자인을 할 경우는 당장 진행하려는 사업에 맞는 타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  에이전시의 경우 고객사의 요구 사항뿐 아니라 그들이 하려는 사업의 타깃과 성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디자인을 의뢰한 클라이언트나 그걸 만들어주는 조직이나 그 만든 걸 가지고 사용하는 유저들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정확한 파악 이후에 진행하는 디자인은 가치를 만드는 힘이 있다.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비트윈 앱을 만들었을 리 없고, 글에 관심 없는 사람이 브런치를 만들었을 리 없다.

경험은 곧 작업물로 스며든다.

당장 핀테크 관련 사업 서비스 UI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가정해본다.

여기에 A, B 두 사람이 각각 제안용 디자인 시안을 맡았다. A라는 사람은 평소에 금융, IT 트렌드, 신기술,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B라는 사람은 인터렉션 디자인과 SNS, O2O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두 사람의 결과물은 당연히 다를 것이다.

디자이너 A

A는 자산에 중요한 콘텐츠로 유입률을 높이고 싶어  블로그 형식의 UI를 구상할 수도 있고, 개인 비서처럼 챗봇을 활용가능한 FAB 버튼을 활용해 채팅형 UI를 구상할 수도 있다.

디자이너 B

B는 평소 인스타그램을 즐겨하며 느낀 편리함을 각 은행사의 정보를 쉽게 구독할 수 있도록 팔로우 기능을 넣는 UI를 구상할 수도 있다. 또한 직방과 같은 O2O 서비스에 부동산 대신 은행이라는 매체를 넣어 어디에 힘을 싣는 서비스인지 정할 수도 있다.

 

물론 가벼운 예시일 뿐, 정답은 없다. 경쟁사와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새로운 탈출구를 고민하는 것, 그걸 고민하는 게 흔히 말하는 기획력이고 기획은 디자인의 범주, 앞 단에 있다.

버튼의 Radius나 폰트 사이즈, 서체, 그래픽 작업, 이미지 합성만 하는 게 디자인의 전부가 아니다. 비핸스, 핀터레스트에 파묻혀 오랫동안 나무만 봐 왔다면 잠시 멈추고 숲을 보자. 아니, 내가 디자인 한 것을 사용할 사람들을 보자.

결론

사실 다 의미 없는 소리 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의 위치와 역할의 상황도 그렇고,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수많은 사공과 수많은 허들, 그리고 가장 큰 변수 “고객의 요청사항 변경”이 있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서비스 사업을 하던지 진짜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모순으로 들리겠지만 디자인 외적인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최대한 다양하게, 최대한 많이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 그리고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했을 때 건강한 것처럼, 디자이너도 다양한 지식이 기반이 되어야 건강한 디자인을 할 수 있다.

편협된 생각에 갇히지 말자. 편식만큼 안 좋은 게 없으니까…

ps.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스킬과 실력은 기본이다. 모니터 속 그래픽에 갇혀있지 말고 더 넓게 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지 디자인 이론과 기본기가 없어도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님.

#Design#UI#UX#공감#디자인#사용성
신연석

디자인, 개발, 기획,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입니다.
값진 경험과 그 경험에서 깨달은 것을 기록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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